페라리 첫 전기차, 2026년 공개로 연기…1000마력 스펙 공개

페라리가 첫 전기차 공개 일정을 2026년으로 미뤘다. 당초 올해 10월 공개 예정이었으나 개발 일정이 조정됐다. 독일 자동차 매체 아우토빌트는 최근 마라넬로 본사에서 열린 기술 워크샵에 참석해 양산형 섀시와 주요 사양을 확인했다.

페라리는 2009년부터 전동화를 준비해왔다. F1 기술을 바탕으로 2013년 라페라리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의 51%가 전동화 모델이었다. 최근 공개한 F80 하이퍼카와 SF90 후속 모델 849 테스타로사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순수 전기차 개발을 위해 페라리는 지난해 6월 ‘e-빌딩’을 신설했다. 전기모터, 배터리 모듈,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는 시설이다.

엘레트리카로 불리는 이 전기차는 전후륜 각각 2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한다. 전륜은 286마력을 내며 필요시 0.5초 만에 구동을 차단해 후륜구동으로 전환된다. 후륜 모터는 총 843마력을 발휘한다. 시스템 출력은 1000마력을 넘는다.

성능은 제로백 2.5초, 최고속도 310km/h다. 무게는 약 2300kg이며 전후 무게배분은 47대 53이다. 배터리는 섀시에 통합된 15개 모듈로 구성된다. 바닥에 13개, 뒷좌석 하단에 2개가 들어간다. 개별 모듈 교체가 가능해 향후 배터리 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122kWh다. 셀은 한국 SK온이 공급한다. 800V 시스템으로 최대 350kW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530km다.

후방 서브프레임은 재활용 알루미늄을 90% 사용했다. 페라리 역사상 처음이다. 엔진 없이도 실내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퓨로상귀와 F80에 쓰인 48V 액티브 서스펜션과 최대 2.15도 후륜조향 시스템도 적용된다. 타이어는 3개 제조사와 협력해 구름저항을 15% 낮춘 전용 제품을 개발했다.

사운드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V8이나 V12 엔진음을 흉내내지 않는다. 후륜 모터에 고감도 센서를 달아 주파수를 포착하고 증폭해 실내로 전달한다. 페라리는 이를 전기기타 작동 방식에 비유하며 2023년 특허를 출원했다.

디자인 세부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짧은 오버행과 앞쪽으로 당긴 시트 포지션을 예고했다. 과거 미드십 베를리네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휠베이스는 2960mm로 퓨로상귀(3020mm)보다 약간 짧다. 애플 출신 조니 아이브가 이끄는 디자인 그룹 러브프롬이 참여했다.

위장막을 두른 프로토타입은 크로스오버 형태를 띤다. 4도어 구성이다. 공개는 2026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정식 모델명도 그때 발표된다. 엘레트리카는 현재 코드명이다. 가격은 약 50만 유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eave a Reply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