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엔지니어링 업체 RML 그룹(RML Group)이 포르쉐(Porsche) 911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 만든 하이퍼카 ‘P39 GT 하이퍼카(GT Hypercar)’를 공개했다. 지난 4월 25일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사에서 열린 ‘Air/Water’ 행사에서 선보인 이번 차량은 미국 인디카(IndyCar) 레이서 그레이엄 라할(Graham Rahal)이 직접 의뢰한 개인 커미션 버전이다. 1990년대 르망 GT1 레이스카를 도로 주행이 가능한 형태로 재해석한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1984년 창립, 39번째 작품이 P39
프로젝트 코드 P39는 RML 그룹이 1984년 설립 이후 제작한 39번째 맞춤 차량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40년 넘게 투어링카와 GT 레이스에서 닦아온 기술력을 도로 위 차량에 이식한 결과물로, 총 39대만 만든다. 39대 전량이 이미 계약 완료된 상태이며, 그레이엄 라할의 딜러십 ‘그레이엄 라할 퍼포먼스(Graham Rahal Performance, GRP)’가 미국 공식 판매처를 맡는다.
도너카는 911 터보 S, 남기는 건 뼈대뿐
P39의 출발점은 포르쉐 992 세대 911 터보 S다. 영국 본사에 도착한 차량은 외장 패널을 전부 걷어낸 뒤 카본 파이버 신체를 새로 입힌다. 완성차 전장은 4.70m로, 앞뒤 윤곽에서 911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지만 외장을 구성하는 패널 대부분이 교체된다. 공기 흡입구, 범퍼, 리어 윙 등 주요 부위는 카본을 노출 마감으로 처리했다. 이번에 공개된 그레이엄 라할 버전은 시그널 오렌지 도장에 안트라사이트 휠을 조합해, 그가 2015년 사전 시즌 테스트에서 몰던 달라라(Dallara) 인디카 색상과 닮아 있다.
스위치 하나로 600마력에서 912마력으로
파워트레인은 영국 튜닝 전문 업체 리치필드 모터스(Litchfield Motors)와 공동 개발한 3.8리터 수평대향 6기통 트윈터보다. 스티어링 휠 장착 모드 스위치로 출력을 세 단계로 조절한다. 웨트(Wet) 모드 약 600마력, 일반 모드 약 750마력, 스포츠·트랙 모드 최대 912마력이다. 최대 토크는 4,500rpm에서 1,000Nm이며, 3,000rpm에서 이미 800Nm 이상이 터져 나온다. 8단 더블클러치 변속기와 4WD가 동력을 받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4초, 시속 160km까지 4.5초다. 제조사 측은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6분 45초 가능성을 거론한다.
공기역학 수치는 이 차가 단순한 외형 개조가 아님을 보여준다. 시속 240km 기준 로드 모드에서 5,100N, 트랙 모드에서 6,500N 이상의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며, 이는 표준 911 터보 S의 네 배를 넘는 수치다. 능동형 리어 윙, 적응형 프론트 스플리터, 드라이버가 직접 활성화하는 DRS(항력 감소 시스템)가 통합 운용된다. 유압식 차고 조절, 능동 댐퍼, 인코넬 합금 배기 시스템도 기본이다.
실내는 가죽과 알칸타라를 회색·오렌지·블랙으로 조합해 마감했다. 스틸 소재 하프 롤케이지가 모터스포츠 성격을 더하고, 조작 레이아웃은 운전자 중심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됐다.
13억 넘는 가격에도 전량 매진
영국 기준 세전 가격은 49만5,000파운드(약 9억8,000만원)에서 시작하며, 도너카인 911 터보 S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질 구매 비용은 70만 파운드(약 13억8,600만원) 수준으로 올라간다. 포르쉐 918의 후계 차량이 없는 공백 속에서, RML 그룹 같은 소규모 전문 업체들이 포르쉐 기반 하이퍼카 시장을 채워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39대 전량이 이미 팔렸다는 사실은, 이 시장의 수요가 가격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