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포드 F-150 랩터에 맞서는 고성능 픽업트럭 개발에 사실상 공식 시동을 걸었다. 회사는 지난 3월 10일 미국 특허청에 ‘TRD Hammer(TRD 해머)’ 상표를 출원했고, 같은 시기 툰드라 기반 프로토타입이 전설적인 미국 오프로드 레이스 ‘2026 민트 400’에 직접 참전하며 양산 임박의 시그널을 동시에 보냈다.
TRD 해머라는 이름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올해 2월이다. 토요타가 툰드라 오너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다. ‘TRD 바하’, ‘TRD 바주르크’, ‘TRD 아이언’, ‘TRD 퀘이크’, ‘TRD 프로-S’ 등 후보 6개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기록한 이름이 TRD 해머였고, 상표 출원은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설문 안내문에는 이 트럭이 “37인치 올테레인 타이어와 롱트래블 서스펜션, 와이드 펜더, 하이클리어런스 범퍼, 강력한 엔진을 갖춘 고성능 오프로드 패키지”라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F-150 랩터 37의 제원 설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내용이다.
민트 400에서의 행보는 더 노골적이다. 토요타 DRT(Desert Racing Team)는 ‘H111’이라는 내부 코드명의 2026 툰드라 TRD 프로를 엔지니어링 검증 목적으로 출전시켰다. BFG KO3 37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하이브리드 클래스에 출전한 H111은 단 한 바퀴만 완주하면 됐지만 실제로는 약 160km짜리 코스를 세 바퀴 연속 완주했다. 토요타가 자사 레이싱 활동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과 달리 이번 참전에 대해선 입을 닫은 것도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흰색과 검정의 전통적인 카무플라주 대신 알록달록한 위장 도색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개 시험이 아닌 척하면서 실전 검증을 마쳤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TRD 해머의 뿌리는 2021 SEMA 쇼에서 선보인 TRD 데저트 체이스 콘셉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툰드라 TRD 프로 기반에 롱트래블 서스펜션, 37인치 타이어, 고클리어런스 범퍼를 조합한 이 콘셉트카는 섀시 부착 포인트를 공장 기준 그대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콘셉트에서 양산으로 이어지기 위한 요건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포착된 테스트 뮬도 동일한 사양 조합을 갖추고 있었다.
파워트레인은 현행 TRD 프로에 탑재된 3.4리터 V6 트윈터보 하이브리드 ‘i-Force Max’가 유력하다. 현재 437마력인 출력이 450~500마력 수준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람 TRX의 712마력 슈퍼차저 V8이나 랩터 R의 720마력 같은 ‘괴물급’과는 출력 면에서 거리가 있지만, 랩터와 RHO가 형성하는 ‘하이퍼 오프로더의 주류’를 직접 겨냥하는 포지셔닝이다. 토요타가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전동화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오프로드 헤리티지를 자산으로 키우겠다는 방향과 일치한다.
TRD 프로가 저속 트레일 위주의 다목적 오프로더라면, TRD 해머는 사막 고속 주파에 특화된 하이 스피드 배저다. 툰드라 라인업 전체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후광 모델 역할도 기대된다. 2021년 아키오 도요다 회장이 선언한 “더 이상 재미없는 차는 없다”는 공약을 픽업트럭 영역에서 실현하는 마침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식 공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미 공개 시험 단계까지 진입한 만큼 올해 안에 베일을 벗을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