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엘리스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지 30년. 이를 기념해 영국 피터스필드의 전문 튜너 아날로그 오토모티브(Analogue Automotive)가 S1 엘리스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모델을 내놓는다. 이름은 VHPK. 단 35대만 제작되는 이 차는 그야말로 엘리스의 ‘정수’라 불릴 만하다.
VHPK는 기존 슈퍼스포츠(Elise SuperSport)보다 한 단계 위에 위치하는 플래그십으로, 전면 카본 파이버 차체, 능동형 서스펜션, 250마력 이상의 개량형 로버 K-시리즈 엔진, 그리고 GMA T.50을 연상케 하는 중앙 운전석 레이아웃을 갖췄다. 가격은 세금 제외 약 35만 파운드(한화 약 6억 원)로, 페라리 296 스페치알레나 애스턴마틴 밴퀴시 같은 최신 슈퍼카와 경쟁하는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엔진이다. 흔히 엘리스 튜닝에서 선택되는 혼다 엔진 스왑 대신, 오리지널 K-시리즈를 유지하면서 배기량을 1.9리터로 확장하고 피스톤과 크랭크샤프트를 새로 설계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은 250마력을 넘기며, 8,500rpm까지 매끄럽게 회전한다. 이는 S1 엘리스의 최강 모델이었던 ‘스포츠 190’보다 60마력 이상 높은 수치다.
차체 경량화도 극적이다. 기본 S1보다 100kg 이상 줄여 공차중량 600kg을 달성했다. 카본 차체는 기존 유리섬유 패널 무게의 절반에 불과하며, 카본 휠과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더해졌다. 결과적으로 톤당 출력은 420마력 이상으로, 신형 포르쉐 911 터보 S보다 높다.
서스펜션은 트랙 주행을 염두에 둔 능동형 댐퍼와 와이드 트랙 위시본을 사용하지만, 일반 도로에서도 불편하지 않도록 세팅됐다. 전자 장비는 모텍(Motec) 하네스를 통해 통합된다.
특이한 점은 단좌식 중앙 운전석이다. 2000년대 초반 단좌식 엘리스 원메이크 레이스에서 영감을 얻은 구성으로, 스티어링 기어박스와 대시보드 패널까지 전용 부품으로 다시 설계됐다. 중앙 터널이 사라지면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적용된 것도 이례적이다.
VHPK는 내년부터 주문을 받을 예정이며, 모든 차량은 넘버링이 부여된다. 과연 한정판 엘리스가 35만 파운드의 값을 할 수 있을지는 직접 시승해 봐야 알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