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GV60 마그마 양산형 공개 자리에서 모든 관심이 슈퍼카 콘셉트로 쏠린 사이, 또 하나의 이색 모델이 조용히 시선을 끌었다. 바로 플래그십 세단 G90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왜건 콘셉트 ‘G90 윙백(Wingback)’이다.
G90 윙백은 기본 구조는 양산형과 동일하다. 제네시스는 플랫폼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휠베이스 3,210mm, 전장 약 5.1m라는 수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차체 형상과 디테일은 전혀 다른 장르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전폭은 더 넓어졌고, 앞뒤 펜더는 볼륨을 크게 키워 과장된 근육질 라인을 강조했다. 전면 펜더에는 냉각을 위한 벤틸레이션 홀이 자리하며, 255폭 프런트 타이어를 포함한 광폭 휠이 꽉 차게 들어차 성능 지향 성격을 드러낸다. 후면은 디퓨저 형태를 과감하게 끌어올렸고, 범퍼 안쪽에는 대구경 배기구가 깔끔하게 수납돼 있다. 전면부는 마그마 라인업과 동일한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캐나드, 공력 개구부, 마그마 전용 엠블럼이 배치됐다.
동력계는 미국 시장 G90에 탑재되는 3.5ℓ V6 터보 기반의 e-슈퍼차저 엔진이 중심이 된다. 이번 콘셉트의 출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엔진이 409마력의 성능을 내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준하는 고출력이 예상된다.
실내는 플래그십 세단의 고급스러운 가죽 대신, 샤무드(Chamude) 기반의 퀼팅 소재가 곳곳을 대체했다. 좌석은 전용 버킷 타입이며, 마그마 엠블럼을 삽입해 고성능 모델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G90 윙백은 사실상 한국식 ‘RS6·M5 투어링’으로 읽힌다. 제네시스가 직접 해당 세그먼트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콘셉트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다만 양산 가능 여부는 미지수다. 이는 제네시스 CCO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의 디자인 철학에서 출발한 실험적 성격이 크며, 현재 시장에서 SUV가 지나치게 지배적인 상황을 비틀어 보겠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는 “SUV의 급격한 확산은 결국 피로도를 만들고, 그때 다시 다른 차종이 매력을 얻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하나의 차종만 존재하는 ‘단일 형태(monoculture)’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G90 윙백을 본 관람객들은 “바로 팔아도 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 고객들이 구매로 이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다. BMW조차 긴 시간 고민 끝에 최근에서야 M3·M5 투어링을 부활시켰고, 이 세그먼트는 이미 아우디·메르세데스가 굳건한 입지를 구축한 시장이다. 제네시스가 이들과 정면 경쟁하려면 기술·주행 완성도·브랜드 파워까지 모든 면에서 한층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제네시스는 마그마 서브 브랜드를 여러 차종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스포츠카, 쿠페, 컨버터블 등 다양한 형태를 포괄하는 ‘마그마 스펙트럼’을 언급하며, 향후 다지선다적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다. G90 윙백 같은 과감한 비전을 실제 도로 위에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제네시스의 선택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