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창업자 아들 회사가 만든 13억6000만 원짜리 190E 등장

전세계적으로 레스토모드(restomod) 열풍이 거세다. 싱어의 포르쉐 911, 프로드라이브 P25, TWR 수퍼캣까지, 클래식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들이 쏟아지지만 그중 실제 내구레이스에 출전하는 차는 단 하나도 없다. HWA가 바로 그 선을 넘었다.

독일 엔지니어링 명가 HWA가 메르세데스-벤츠 190E 2.5-16 에보 II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HWA 에보’의 레이스 사양 버전 ‘Evo R’ 3대를 오는 5월 2026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에 투입한다. 단순한 홍보용 퍼레이드가 아니다. SP-X 클래스에 정식 출전해 24시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서킷인 ‘녹색 지옥’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린다.

AMG를 만든 사람이 세운 회사

HWA를 이해하려면 이름부터 봐야 한다. 창립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Hans Werner Aufrecht)의 이니셜 ‘A’가 바로 AMG의 그 ‘A’다. AMG 공동 창립자 출신인 그가 1998년 아팔터바흐에 세운 HWA는 이후 메르세데스 CLK GTR 로드카, 파가니 존다 R, SLS GT3, 아폴로 IE 등 극한의 머신들을 잇달아 세상에 내놨다. 2011년 이후 메르세데스-AMG GT 레이싱 머신 전체가 이 회사 손을 거쳐 나왔다.

그 HWA가 창립 25주년 기념작으로 꺼낸 카드가 바로 HWA 에보다. 90년대 DTM을 지배한 메르세데스 190E 에보 II에 대한 현대적 헌정이자, 새로 출범한 레거시(Legacy) 부문의 첫 번째 작품이다. 199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해 1992년 클라우스 루트비히를 DTM 챔피언으로 이끈 그 차, 균질화(호몰로게이션) 목적으로 단 502대만 생산됐던 그 전설이 100대 한정으로 부활했다.

겉은 레전드, 속은 완전히 다른 차

외관은 원작의 과장된 휀다와 공격적인 리어 스포일러를 충실히 재현하지만 내부는 전면 재설계됐다. 기존 190E의 스틸 모노코크를 기반으로 전·후방은 전용 알루미늄 구조물로 교체해 경량화와 안전성을 동시에 챙겼다. 이 구조 덕분에 전방 서브프레임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맞춤 설계할 수 있었고, 메르세데스 S클래스에서 가져온 3.0리터 트윈터보 V6 엔진을 최대한 뒤쪽으로 밀어 넣는 것도 가능해졌다. 드라이 섬프 방식을 채택해 무게중심도 낮췄다. 기본 사양 출력은 444마력, 선택 사양인 아팔터바흐 패키지를 더하면 493마력까지 오른다.

서스펜션 세팅 벤치마크는 메르세데스-벤츠 CLK DTM과 AMG GT 블랙 시리즈. 두 차의 핸들링 특성을 분석해 에보에 적용했다. ABS·ESP 시스템 개발에만 450만 유로, 복잡한 헤드라이트 설계에 150만 유로가 투입됐다. 100대 한정 생산임을 감안하면 이 두 항목에서만 대당 6만 유로의 개발 비용이 녹아 있는 셈이다.

실내는 190E 특유의 4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레이아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다이아몬드 퀼팅 가죽 시트와 풀 롤케이지(알칸타라 마감), 디지털 계기판과 스마트폰 미러링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다. 레트로 무드를 유지하되 실용성과 안전성은 현대 기준에 맞춘 조합이다.

레전드의 아들들이 레전드의 차를 몬다

2026 뉘르부르크링 출전은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가 아니라는 증거는 드라이버 라인업에도 담겨 있다. 세바스티안 아쉬는 1990년대 190E 에보 II로 DTM을 누빈 롤란트 아쉬의 아들이고, 루카 루트비히는 1992년 DTM 타이틀을 거머쥔 클라우스 루트비히의 아들이다. 여기에 뉘르부르크링 24시간 3회 우승자 마르쿠스 빈켈호크가 가세한다. 전설의 아버지들이 닦아놓은 서킷에서 그 아들들이 레전드의 후계차를 몰고 달리는 것이다.

애초 2대 출전으로 계획됐던 이번 참가는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3대로 늘었다. 각 차량에는 1990년대 원작 레이스카를 오마주한 레트로 리버리가 입혀진다.

레이스 시작 시점이면 100대 로드카의 고객 인도도 이미 시작돼 있을 전망이다. 이미 완판된 HWA 에보의 독일 현지 판매가는 77만 6,000유로(약 13억 6,000만 원). 프로드라이브 P25(약 10억 원)나 TWR 수퍼캣(약 4억 원)보다 월등히 높고, 실물 190E 에보 II 경매 낙찰가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HWA는 단지 비싼 복각차를 팔고 끝낼 생각이 없다. 이번 뉘르부르크링 출전은 그 증명이다. 레이스 후 V8 엔진을 탑재한 다음 프로젝트 개발도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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