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Lamborghini)가 레부엘토의 고성능 모델 ‘레부엘토 SV’ 공개를 앞두고 성능을 먼저 입증했다. 아직 위장막도 벗지 않은 개발차가 독일 호켄하임링 GP 코스에서 1분41초6을 기록하며 람보르기니가 규정한 양산 슈퍼 스포츠카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레부엘토 SV는 오는 14일 미국 몬터레이 카 위크 기간 열리는 ‘더 퀘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정식 데뷔에 앞서 서킷 기록부터 공개한 것은 새 모델의 성격이 단순한 출력 강화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록 측정은 람보르기니 팩토리 드라이버이자 테스트 드라이버인 마르코 마펠리가 맡았다. 호켄하임 GP 코스는 고속 구간과 강한 제동, 연속적인 방향 전환이 이어지는 곳으로 자동차의 출력뿐 아니라 제동과 차체 균형, 공기역학 성능까지 함께 요구한다.
레부엘토 SV가 기본형보다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람보르기니가 역대 SV 모델을 만들어온 방식을 고려하면 출력 상승과 함께 공기역학, 서스펜션, 타이어, 차체 제어 시스템 등을 폭넓게 손봤을 가능성이 크다.
미우라부터 이어진 ‘SV’가 레부엘토에도
SV는 ‘슈퍼 벨로체(Super Veloce)’의 약자로 이탈리아어로 ‘매우 빠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람보르기니에서 SV는 단순히 더 강한 엔진을 얹은 모델을 뜻하지 않았다. 미우라 SV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SV, 무르시엘라고 LP670-4 슈퍼벨로체, 아벤타도르 LP750-4 SV 등 각 시대 V12 플래그십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에 사용했다.
역대 SV는 출력 증가와 함께 무게를 줄이고 서스펜션과 공기역학 성능을 손봐 서킷 주행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레부엘토 SV도 이 같은 전통을 이어간다. 차이점은 전기모터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레부엘토는 람보르기니의 양산 V12 플래그십 가운데 처음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했다. 자연흡기 V12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전기모터를 이용해 출력과 응답성, 네바퀴굴림 성능을 끌어올렸다.
SV는 이 전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람보르기니 특유의 고성능 모델 공식을 다시 적용한 첫 사례가 된다.
기본형도 1,015CV…SV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기본형 레부엘토는 6.5리터 자연흡기 V12 엔진에 전기모터 3개를 결합한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1,015CV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5초 만에 가속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50㎞를 넘는다.
V12 엔진 자체도 전동화 시대에 맞춰 새롭게 개발했다. 엔진 무게를 이전 아벤타도르의 V12보다 줄이고 고회전 특성을 강화했다. 여기에 앞바퀴를 각각 구동하는 전기모터 2개와 변속기에 연결된 전기모터 1개를 더했다.
레부엘토 SV의 출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람보르기니는 같은 계열의 V12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추가 성능을 끌어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이미 보여줬다.
소량 생산 모델 페노메노는 6.5리터 자연흡기 V12와 전기모터 3개를 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1,080CV를 낸다. 레부엘토보다 65CV 높다.
때문에 레부엘토 SV 역시 기본형의 1,015CV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페노메노와 같은 수준까지 올라갈지는 정식 공개 때 확인해야 한다.
출력보다 주목할 부분은 공력과 섀시

호켄하임 기록을 보면 레부엘토 SV의 핵심이 단순한 출력 증가에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차에는 기본형과 다른 공기역학 장치가 적용됐다. 차체 전후의 공력 부품을 새롭게 설계해 고속 주행에서 더 많은 다운포스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SV의 전통을 고려하면 서스펜션 세팅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기본 레부엘토보다 차체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빠른 방향 전환에 대응하도록 스프링과 댐퍼, 전자식 제어 시스템을 다시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1분40초 초반의 랩타임을 기록하려면 가속 성능뿐 아니라 반복적인 제동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게를 얼마나 줄였는지도 관심사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조상 과거 자연흡기 V12 SV처럼 큰 폭의 경량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람보르기니가 탄소섬유 사용 확대와 실내 장비 조정 등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중량을 낮췄는지가 실제 주행 성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호켄하임 1분41초6

레부엘토 SV가 기록을 세운 호켄하임 GP 코스의 랩타임은 1분41초6이다.
다만 이를 호켄하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기록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메르세데스-AMG ONE은 같은 GP 코스를 1분38초대에 주파한 기록을 갖고 있다.
람보르기니도 기록 발표 후 범위를 명확히 했다.
회사는 레부엘토 SV를 호켄하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슈퍼 스포츠카’라고 설명했다. AMG ONE은 생산량과 가격, 기술적 구성에서 일반적인 슈퍼 스포츠카와 차이가 큰 소량 생산 하이퍼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기록의 의미는 절대적인 호켄하임 최고 기록보다는 레부엘토 SV가 일반적인 양산 슈퍼 스포츠카 범주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로드스터보다 SV가 먼저

레부엘토 라인업의 전개 방식도 이전과 다르다.
람보르기니는 과거 V12 플래그십에서 쿠페를 먼저 내놓은 뒤 오픈톱 모델과 고성능 파생 모델을 순차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레부엘토에서는 아직 로드스터가 나오기 전에 SV를 먼저 선보인다.

이는 플래그십의 고성능 이미지를 일찍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페라리와 맥라렌, 메르세데스-AMG 등 경쟁사들이 1000마력을 훌쩍 넘는 고성능 전동화 모델을 내놓으면서 하이엔드 슈퍼카 시장의 성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람보르기니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자연흡기 V12를 유지하고 전기모터를 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레부엘토 SV는 이 전략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될 전망이다.
람보르기니는 오는 14일 더 퀘일에서 레부엘토 SV의 디자인과 출력, 중량, 공기역학 성능 등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만 놓고 보면 레부엘토 SV의 핵심은 단순히 ‘더 강력한 레부엘토’가 아니다. V12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구조에 미우라와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 아벤타도르로 이어져 온 SV의 공식을 다시 적용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공개도 하기 전에 호켄하임 기록부터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람보르기니는 레부엘토 SV가 이름만 SV인 모델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숫자로 보여줬다.